컬링
컬링의 경기 규칙
규칙은 아니지만 컬링 특유의 문화가 있다. 컬링은 스포츠맨십을 특히나
강조하는 경기다. 그런 차원에서 상대방 팀을 비난하거나 약올리거나 하는 행위는
절대 금기시 되며, 심지어 상대 실수를 대놓고 좋아하는 행위인 속칭 인성질도 금기시된
다. 그렇다고 금메달 따더라도 쿨할 필요 없다.
다른 필드 스포츠와는 달리, 이길 가망이 없다 생각되면 게임 중간에
(장갑 벗고 악수하며) 기권해도 비난받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이길 가망이
없는 게임을 계속 하는 것이 비매너로 간주되기도 한다. 바둑에서 집 차이가 크고
더 이상 승부처가 없으면 계가를 하지 않고 불계패를 선언하는 것, 체스에서 역전
가능성이 사라지면 시계를 멈추면서 기권하는 것,e스포츠에서 패색이 확실하면
GG를 치는 것과 비슷한 문화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스포츠맨십을 강조하기 때문인지 심판과 코치의 개입이 극도로 적다. 대부분은
선수들끼리 합의 봐서 처리한 다음 심판에게 얘기하면 그걸 심판이 받아 적는
시스템이고, 선수들끼리 합의가 되지 않을 때만 심판이 판정한다.
매번 심판이 능동적으로 개입하는 경우가 딱 한번 있는데 경기 시작 전에 선후공
결정을 위해 하는 LSD(Last stone draw)다. 그러다보니 심판이 아니라 그냥
관리자 같은 느낌으로 앉아있다. 코치는 한 경기에 단 한 번만 선수들이 알아서
판단해 작전 타임을 불렀을 때와, 5엔드(믹스 더블, 휠체어 컬링은 4엔드) 후의
중간 휴식 시간에만 내려와서 선수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또한 경기장 구조상 여건이 된다면 엔드와 엔드 사이에 짧게 주어지는 정비 시간
동안에 원래 위치에서 아래쪽의 선수와 잠깐 대화를 나누는 것이 추가로 허용된다.)
그 외에는 경기 중 선수에게 말이나 수신호를 보내는 등 일체의 경기 개입 시도를
할 수 없다. 전자 장비 또한 단순 시간 계측만 가능한 스톱 위치를 제외하면 일체
금지된다.
즉, 타 종목에서는 당연시되는 경기 중 코칭 행위를 할 수 없고, 작전 타임을
부르라는 신호조차 못 한다. 컬링 경기를 보면 하우스 뒤 쪽으로 빠져 나가서
경기에 영향이 없는 스톤을 선수들이 알아서 치우거나, 스톤이 완전히 멈추기
전에도 결과가 뻔히 보이는 상태라면 스톤을 치우고 다음 엔드를 준비하는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웬만한 스포츠 종목은 이랬다가는 얄짤 없이 반칙이다.
그리고 경기장의 정숙이 어느 정도 필요한 종목이기도 하다. 기록 경기에서 선수가
출발할 때, 테니스에서 서브 넣을 때, 양궁에서 활을 쏠 때와 같이 투구자가
스톤을 밀어내려는 자세에 들어가서 손을 놓을 때까지는 선수의 집중을 위해
조용히 해주는 게 예의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옆 레인에서 환상적인
샷이 나와서 환호성이 나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작전 타임 때문에
코치가 내려오거나 끝나고 올라갈 때, 통로에 있던 맞은 편 레인에서 선수가 스톤을
밀고 있을 때는 그 자리에 딱 멈추고 서 있다가, 스톤을 놓은 다음에 가던 길을
계속 간다.그래서 경기 중에는 장내 방송도 금지되며 경기 시작 전, 모든 경기가
끝난 뒤, 결승전 같이 딱 한 레인에서 경기하는데 중간 휴식할 때만 장내 방송이 나온다.